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 연장과 대선 후보 교체 논란에 대한 당무감사 추진을 선언한 가운데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9일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거취와 전당대회 시점 등 향후 지도체제를 논의 중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선출된 당 대표 체제에서 치를지, 비대위 체제에서 치를지 전 당원 투표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당 개혁안에 대한 신임 여부는 사실상 김 위원장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들에게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총에 앞서 열린 중진 의원 비공개 회의에선 김 위원장의 9월 전당대회 제안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며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서도 친윤계와 친한계 간 입장 차가 다시 확인됐다.
친한계는 김 위원장 임기를 연장해 9월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이다. 전당대회가 앞당겨질수록 한동훈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재준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두 달 정도 연장하는 건 괜찮다”며 “전대를 통해 쇄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9월 전대라면 연장폭이 크지 않다”며 “전대 시점은 비대위원장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반면 친윤계는 대선 패배 수습과 당 쇄신을 위해선 새로운 비대위 구성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섭 의원은 “계파 간 화학적 결합 없이 경선하면 반목만 심화된다”며 “전대는 12월쯤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전 후보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후보가 최근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잇따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차기 당권 도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임기를 둘러싼 의견도 엇갈린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은 본인의 거취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9월 전대를 말하면서도 사퇴 시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난 최형두 의원은 “당원 합의가 있다면 9월 전대도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의총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오는 16일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가 향후 지도체제 결정을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