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게 '자본의 질' 개선을 강조했지만 되려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기본자본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위축된 보험사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보험사 가용자본은 손실흡수성에 따라 기본자본(Tier1, 자본금·이익잉여금 등)과 보완자본(Tier2, 후순위채권 등)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실질적인 보험사 자본 건전성를 강화하기 위해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새 자본규제 지표로 도입할 방침이다.
전자신문이 국내 보험사 39곳(생명보험 22개사, 손해보험 17개사) 공시를 취합한 결과, 26개 회사에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정리 절차가 진행중인 MG손해보험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18.2%로 가장 낮았다. 롯데손해보험도 기본자본과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각각 -3553억원, -15.6%로 나타나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이외 IM라이프 12.1%, 푸본현대생명 36.6%, 하나손해보험 38.3%, 현대해상 46.7% 등도 5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험사들은 가용자본 중 다수를 채권과 같은 보완자본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낮다는 건, 보험금 지급이 쏠리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위기를 자체적인 자본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솔벤시2)과 캐나다(라이캣) 등 해외 주요국에선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50%로 규제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논의를 통해 국내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의무준수 기준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으로 자본확충을 지속하면서, 자본의 질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보험사 자본성 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 대비 272%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7조원 이상 채권 발행이 예고돼 보험사가 빚을 내 건전성을 방어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을 고려해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갚아야 하는 빚이다.
업계는 금감원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50~70% 수준에서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수준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 보험사들은 채권(보완자본)이 아닌 증자(기본자본) 등 실질적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에 대한 규제 도입이 예고됐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신계약 증가로 지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질 자본 확보 노력은 물론 업계 적응을 위한 충분한 유예 기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