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열풍…저작권은 문제없을까?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챗GPT로 제작한 지브리 스타일(화풍)의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소셜미디어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들이 넘쳐나고, 유명인을 지브리 스타일로 만든 밈(meme)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는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X에 게재하고, 맥도날드가 광고의 목적으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디즈니, 심슨 등 다른 유명 스타일도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AI 이미지 생성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이뤄진다. 챗GPT는 '자기회귀'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데, 이전의 출력값을 바탕으로 다음 결과를 예측한다. 이에 따라 이미지의 특성을 다른 것으로 대체·변경하면서 나머지 부분은 보존함으로써 점점 더 정교한 결과물을 생성한다. 그 결과 간단한 텍스트 명령만으로 마치 지브리가 직접 제작한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의 생성은 창작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동시에, 지브리의 브랜드나 명성을 도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이뤄진다. 그렇다면 저작권 문제는 없는 것일까?

◇AI가 스타일을 모방하면 저작권 침해일까?

동일한 인상파라 할지라도 '고흐'와 '모네'의 그림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작가들은 자기 나름의 작품(창작)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AI는 인간에게 몇십년, 아니 평생이 소요돼 익히는 작품 스타일을 짧은 시간 학습해 쉽게 산출물을 생성한다. 인간이 완패(完敗)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타일 모방이 과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지브리' 화풍 X 계정 프로필 사진. (출처: 본인 SNS)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지브리' 화풍 X 계정 프로필 사진. (출처: 본인 SNS)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되기 어렵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만을 보호한다. 스타일은 일종의 아이디어(ieda)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저작권의 기본 원칙인 '아이디어와 표현의 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웨스트사이드스토리'와 같이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가문이나 집단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주제를 다룬 작품은 매우 많다. 이들 사랑 이야기를 특정인이 독점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를 달리 표현하더라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아이디어에 바탕해 자신의 창작성을 발휘할 수 없고, 비판이나 풍자도 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도 없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로마시대의 사상가인 세네카는 '최고의 아이디어는 공동의 자산'이라고 하였다. 진리는, 이를 어느 누가 처음으로 이야기했더라도, 인류 모두에게 공유되는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학파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저작권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이미 세네카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분리 원칙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아이디어와 같이 어떠한 '사실관계' 자체도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세자빈, 중전, 대비를 모두 거친 왕비는 '현종 비 명성왕후 김씨' 단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모두 조사해 1명이라는 것을 밝혀낸 역사학자는 이러한 사실을 독점할 수 없고 이를 표현한 것만을 보호받는다.

챗GPT가 생성해 주는 이미지의 지브리 스타일은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애니메이션의 특정 장면과 같이 이러한 화풍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만 보호받는다. 따라서 챗GPT를 이용해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반 개인이 지브리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타인의 저작물과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저작물을 만들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데, 개인이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시킨 이미지가 지브리의 것과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자신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더라도 저작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특정 화면과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이미지를 일부러 생성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시킨 이미지를 광고에 이용하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문제는 이미지 생성이 아니라 학습데이터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챗GPT의 주된 저작권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개인이 아니라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픈 AI'에 있다. 곧 오픈 AI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학습데이터로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다. 지브리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는지에 대하여 오픈 AI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학습데이터로 이용되었는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학습데이터의 공개는 저작권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유럽연합(EU)의 'AI법'은, 저작권의 행사·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AI 개발자에게 학습데이터에 대하여 '충분할 정도로 상세한 요약'을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학습데이터로 사용된 '개별 저작물'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고, 공개하더라도 개발자의 영업비밀의 보호나 경쟁상의 이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내년 1월 한국의 'AI 기본법'에도 학습데이터의 공개를 규정하려고 하였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EU의 학습데이터 공개는 'AI 사무국'이 제공하는 '양식'에 의하는데, AI 사무국은 지난 1월 중순 이러한 양식 초안을 공표했다. 양식에는 데이터 유형이나 데이터의 출처 목록 등 여러 가지 정보가 기재되는데, 이러한 정보에 의하더라도 저작권자가 권리를 용이하게 행사·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텍스트 등 데이터 유형이나 그 크기, 데이터셋의 크기, 저작권을 존중하기 위해 취한 조치 등의 정보가 기재되지만, 개별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 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확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주요·대규모 데이터셋 목록(상위 5%)이나 데이터 유형에 따른 전체 도메인이름의 목록(상위 10%)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나 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이러한 데이터셋이나 도메인이름에 포함될지는 의문이다. EU에서와 같이 학습데이터가 공개되는 경우, 지브리 같은 대규모 저작권자에게도 학습데이터의 사용 확인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충돌하는 여러 이익을 조정하고 미세한 쟁점을 해결하여 학습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저작물이 학습데이터로 사용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한국이나 미국 저작권법에 의한다면, 저작물 이용이 공정이용이 되는가 여부가 관건이 된다. 공정이용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저작권자와 개발자 간에는 공정이용에 대한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더군다나 공정이용 여부는 특정 사건의 사실관계에 기하여 법원이 결정한다. 따라서 소송에서 공정이용 여부가 다투어지지 않는 한 공정이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결론을 예측할 수 없다.

국가별 TDM 규정 현황
국가별 TDM 규정 현황

◇저작권 제도는 AI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작권 제도에 도전을 제기하는 AI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다. 그러나 저작권 제도는 이러한 기술발전에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술과 비교해 보자. 1826년 개발된 사진술에 의해, 인간의 그림은 죽었다거나, 예술가는 사진의 정확성과 경쟁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후 사진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했고, 카메라와 경쟁하는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인상주의, 다다이즘(Dadaism), 추상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발전시켰다. 또 카메라 사진을 참고자료로 해 더욱 상세한 그림을 그리는 '포토 리얼리즘'으로의 발전도 이뤄졌다. 그 외에도 저작권 제도는 인쇄술, 영화, TV, 음반, 인터넷, MP3 등 기술의 발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해 왔다. 현재 AI가 창작을 억제하는 위험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많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저작권 제도가 기술의 발전에 적절하게 대처해 왔듯이, AI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t-law@korea.ac.kr

〈필자〉고려대 법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받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2007년부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중재조정센터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협의체)' 좌장이기도 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부위원장, 위원장직무대행 등을 지냈다.